▲'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캔슬 컬처에 관한 소름 돋는 초현실적 풍자와 성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니콜라스 케이지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더 록’(1996), ‘페이스 오프’(1997), ‘콘에어’(1997)다.  전성기 시절 액션 배우 이미지가 강했했던 그는 사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파산 등 배우 인생의 부침을 겪으면서 한때 작품 선구안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지 않던 그는 최근 들어 ‘피그’(2021), ‘미친 능력’(2022) 등 완성도 있는 저예산 영화를에 출연하면서 여전히 강렬한 개성과 풍부한 감정표현이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해왔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영화 ‘드림 시나리오’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어댑테이션’(2002)에서처럼 개성 넘치는 연기를 다시 한번 펼쳐보인다. 이번 영화는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니콜라스 케이지 자신의 연기 철학과 ‘해시태그 시그네’(2022) 등 소셜미디어 풍자극을 만들어왔던 노르웨이 출신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재능이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드림 시나리오'에는 수 많은 상상력이 동원됐다. 특히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실제로 영향

을 준다는 ‘파프리카’(2006), ‘인셉션’(2010)의 아이디어와 캔슬 컬처(논란이 있는 유명인

에 대한 보이콧)에 관한 소재로 이루어진 독특하고도 섬뜩한 코미디극이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수인 폴(니콜라스 케이지)는 딸의 꿈 이야기에도 감정이 상하는 소심한 가장이다. 30년 지기 동창에게 논문에 자기 이름 좀 올려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원고는 써놓지도 않고 책 출판을 꿈꾸기도 한다. 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도 지질한 인물이다.

존재감 없던 그의 일상에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가 찾아온다. 불특정 다수의 꿈속에 폴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폴.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히 잘 적응하기 시작한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인기 없던 그의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꽉 차고 유명세에 힘입어 방송에도 출연한다. 폴이 유명해지자 가족들과의 관계는 훨씬 돈독해져 집은 활기로 가득 찬다. 




이윽고 폴에게도 셀럽이 누리는 최고의 수혜인 광고 제안이 들어온다. 어느새 어깨에 힘

이 들어가기 시작한 그는 지금껏 상상만 했던 욕심들을 하나씩 마음속에서 꺼내기 시작한

다. 하지만 그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못한다. 갑자기 폴이 악몽의 주인공으로 변했기 때

문이다. 

‘나이트 메어’ 프레디 크루거같은 존재가 되어버리자 모두가 폴을 꺼리기 시작한다. 따돌림과 괴롭힘이 너무 심해지자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폴.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전작 ‘해시태그 시그네’와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해시태그 시그네’는 남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자해하는 주인공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의 이야기를 그린 다크 코미디물이다.

‘해시태그 시그네’가 남들에게 주목 받기 좋아하는 관심병에 걸린 인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드림 시나리오’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아무런 노력이나 준비없이 갑자기 벼락스타가 된 소시민의 명암을 조명한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주인공 폴은 철없는 아이처럼 고집이 센 인물이다. 셀럽이 된 후에도 우스꽝스러운 반골 기질은 여전해 웃음 포인트가 되어준다. 하지만 유명세를 겪을 때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된다는 연예인 병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어둠의 힘을 얻게 되자 폴은 점점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그는 유명세에 편승해 그토록 소망했던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망에 완전히 사로잡힌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된 폴과 중계에이전시 직원들의 미팅은 그런 이유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은 극에서 중요한 브리지 포인트가 돼준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에이전시와의 미팅 신에는 서브리미널 효과를 주는 짦은 컷(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목적으로 여러번 활용된다.)이 들어간다. 앞으로 폴이 겪게 될 일을 관객들이 눈치챌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그리고 관객들은 정확하게 예상했던 장면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장면을 동시에 보게 된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이와 같은 창의적인 양면 연출을 통해 에로틱함과 연민이 공존하는 코미디부터 기묘하고 판타스틱한 공포와 비극까지 다양한 꿈과 현실의 모습을 비틀어서 구현해낸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극 중 폴이 남의 꿈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건 결코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 잘못이 없는 폴은 한순간에 최고의 셀럽에서 정신적 폭행 가해자 위치로 추락한다.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폴의 악몽 장면은 너무나 기괴한 초현실적 감각을 선사한다. 그 공포가 꿈이라는 무의식 세계를 찢고 현실로 불거져 나온다는 것을 온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폴은 현실에서 흉악범죄는 커녕 개미 한 마리 죽인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 꿈속에서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그의 얼굴만 봐도 역겨움과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우연히 유명해졌다가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가는 ‘논란의 인물’ 폴은 절박하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힌 그는 결국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한다. 이제 폴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후 후반부 이야기는 밀도가 다소 느슨해진다는 인상이지만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들은 마지막까지 유지한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북유럽 출신 감독의 생소한 유머 감각이 돋보이며, 니콜라스 케이지의 완벽한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한 작품이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소셜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은 과거보다 행복해졌을까? 2010년 행복지수 1위 국가(자체 조사 기준)라던 부탄은 2019년 유럽 지구촌 행복지수 조사에서는 127위를 기록해 큰 낙폭을 보였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 등장 이후 비교문화가 퍼진 영향도 크다는 의견이 있다. 

소셜미디어와 캔슬 컬처의 병폐를 풍자한 사회 실험극 같은 이 영화는 유튜브, X, 인스타그램, 메타, 틱톡에 푹 빠져 사는 현생 인류를 향한 잔혹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P.S.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영화에는 웃음과 소름 돋는 불쾌함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이 영화가 취향에 맞는다면 ‘해시태그 시그네’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드림 시나리오'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제목: 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니콜슨, 릴리 버드, 마이클 세라

장르: 기막힌 코미디

제작: A24, 아리 에스터

수입: 더쿱디스트리뷰션

배급: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공동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아우라씨엔씨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5월 29일

스크린 리뷰 평점: 7.0/10